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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파산으로 본 한국해운 진단과 처방



 한진해운은 지난해 9월 정부에 의한 법정관리를 거쳐 올해 2월 파산을 맞이했다.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들 중 하나인 우리나라에게 한진해운의 파산이 의미하는 바는 특히나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서부터 이어진 해운경기의 침체에 부실한 기업경영이 더해져 위기를 맞았고 정부 또한 적절한 구조조정을 시행하지 못해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단기적으로는 연간 해운 운임 수익 손실에서부터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수출 경쟁력 약화에 이르기까지 국가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작년 10월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해운산업을 재건하기 위한 여러가지 대책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운산업의 쇠퇴만이 아닌 수출경쟁력 약화,
물류비 부담 증가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


 한진해운이 파산하고 당장 3조원에 달하는 운임수입이 증발했다. 운임상승과 선복부족 문제 역시 대두되고 있는데 올해 2월 한국화주협의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화주 기업 332개 사 중 “수출 운임이 상승했다”고 답한 기업이 65.4%, “선복 부족에 따른 운송 차질 문제를 겪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57.5%에 달했다. 실제로 4월 세계 해운 얼라이언스의 재개편 전까지 우리나라 화주들이 국적선대 규모로 인한 추가운임(한국 프리미엄)은 동서 기간항로의 경우 FEU당 최소 500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수출입 기업의 대외 무역활동이 위축되었으며 연쇄적인 파급효과와 함께 1만명에 달하는 실업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해운사태 이전에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전 세계 선복량의 3.0%(61만 TEU)과 2.1%(43만TEU)를 각각 차지하면서 총 5.1%를 담당했지만 2017년 8월 현재 현대상선만이 35만 3천 TEU로 1.7%를 차지하면서 점유율은 절반 이상 감소하였다. 반면 지난 몇 년간 해운시장을 잠식하기 위한 극심한 운임경쟁과 선사간 M&A를 거듭한 결과 상위 5대 선사의 세계 선복량 점유율은 2016년 52%(1,079만 TEU)에서 2017년 68.1%(1,51만 TEU)로 급상승하였다. 물동량의 경우 2015년 기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점유율 합계는 11.9%에 달했으나 2017년 7월 기준 5.7%로 급락하였다. OECD(2014)는 2060년에는 우리나라가 GDP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가운데 해운산업의 쇠퇴로 인한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의 축소는 국가경제에 치명적일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의 해운산업을 대표하는 것은 한진해운과 같은 원양 컨테이너선사이다. 한진해운의 파산은 넓게는 한국해운의 파산에 준하는 의미를 지닌다. 세계 7위의 해운선사가 파산하면서 전 세계 해운물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한국해운의 신용이 무너졌다. 한진해운의 남은 자산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되면서 롱비치 터미널, 해외 주재 인력,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알짜배기 자산이 상당량 해외 선사들에게 매각되었다. 한진해운의 파산은 국적선사의 세계 165개의 네트워크의 상실을 초래했고 더불어 우리나라 화주의 수출입 경쟁력 약화, 국내 조선소 수주 수요 감소, 항만 경쟁력 약화와 같은 폭 넓은 손실을 가져왔다.






세계해운경기의 침체, 기업경영 실패로 인한
법정관리와 미흡했던 정부의 대응


 한진해운파산의 주요한 원인은 해운 시장에서 수년간 지속된 극심한 운임경쟁과 그로 인한 수익성 악화인 것으로 보여진다. 나아지길 기대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금융지원은 단기적인 유동성 지원에 그치는 등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로 인해 자금투입의 적기를 놓치면서 구조조정에 실패해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되었다. 한진해운 구조조정 당시 정부는 해운업이 수행해왔던 역할과 한국 경제 및 산업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자율협약(2016.5.4~9.4)당시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융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추가지원은 없다고 하며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었다. 또한 조양호 회장과 최은영 전 회장이 각각 300억, 1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책임확대와 관련된 비판이 일었다. 법정관리 전후에 나타난 세계 물류대란과 수출입 병목현상에 대해서도 정부는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으며 이와 같은 문제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불협화음은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이 한국 경제와 산업구조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금융기관 중심의 구조조정 역시 하나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경영정상화보다는 재무건정성 회복에 초점을 둔 구조조정은 대상 기업의 자산 소진과 함께 영업기회의 상실을 가져오기 쉽고 이로 인해 경쟁력과 역량을 잃어버려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되었다. 또한 정부는 해운기업의 법정관리가 가져올 경제 및 사회적 문제 축소에 대한 사전적 대책이 부족했다. 하역료를 지불하지 못해 항만에서 하역이 중단되는 문제, 유류비 미지급으로 인한 연료공급문제, 신용거래의 미수금 확보를 위해 선박을 억류하는 문제 등은 국내 다른 선사의 경험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문제였지만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지난 한진해운 파산으로 얻은 교훈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은 개별기업의 경영실패로 발생하지만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국가 전체에 달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은 기업의 기존 사업구조나 조직구조를 보다 효과적으로 기능하게끔 만드는 작업이므로 산업경쟁력 강화를 명확한 목표로 하는 구조조종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파급효과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에 따른 적절한 대책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법정관리와 같은 제도는 사후적 성격의 조치이므로 기업의 회생보다는 청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워크아웃과 같은 제도의 개편이나 은행법을 개정하여 구조조종을 위한 일시적 출자전환을 허용해 선제적 구조조종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외부 여건에 크게 의존적인 해운산업 특성 상 불황 시 기업이 최소한 존속할 수 있는 수준의 금융지원을 정부 예산 확보, 민간 자금 유입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국 원양정기선 해운 재건을 위한 정책 목표


 해운산업은 제조업 수출물류의 인프라로서 앞으로의 한국경제의 성장에 꼭 필요한 산업이다. 이는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등의 주요 선진국들이 여전히 해운업을 중요 산업으로 육성한데서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재건을 위한 정책 목표로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해운산업은 수출입 물류 기간산업으로서 화주에게 원스톱-일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물류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둘째, 해외 운송시장 진출을 통해 외화획득과 이를 통해 소득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셋째, 조선 및 기자재 산업에 대한 전방 산업으로서 선박 수요 창출을 통해 조선 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이와 같은 한국 원양정기선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진해운 파산으로 상실된 60만 TEU 이상의 선복량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35만 TEU에 불과하며 세계 6위 선사인 Evergreen(104만 TEU)과는 70만 TEU가 차이나는 수준이다. 경쟁력을 위해서는 이중 상당부분을 초대형 컨테이너선으로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해운 재건의 기둥,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수산부는 지난 8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의 관련 부처와 함께 5조원 규모의 해양진흥공사 설립을 발표했다. 해양진흥공사는 해운업의 재건을 위해 선박·터미널 등에 대한 투자·보증, 중고선박 매입 후 재용선 사업, 비상 시 화물운송을 돕기 위한 국가필수해운제도 등의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강력한 선박은행(Tonnage bank)의 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확보한 예산을 토대로 국내 조선소에 선박 건조를 발주하고 이를 국내 선사에 용선함으로써 조선업과 해운업의 동반성장을 제고할 수 있다. 또한 해운 경쟁력 확보를 위한 초대형선 확보를 공공부문에서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해운기업의 거대화


 국적 컨테이너 선사간 KSP(한국해운연합) 활성화를 통해 M&A 혹은 얼라이언스 결성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이를 통해 항로 합리화 및 경쟁력 확보를 꾀할 수 있다. 운영의 효율을 높이고 선대 확장 및 시장점유율을 확대하여 해운사의 대형화 및 국제 경쟁력을 높여 투자 프로젝트를 개척하는 선순환 구조의 성장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선박 투자 재원의 다양화 필요


 한국 해운업 재건의 촉진을 위해 선박투자의 주체를 선사, 화주사, 금융사 그리고 일반국민에게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재원만으로는 한국의 모든 선박투자가 이루어지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선박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선박투자펀드를 설립하는 등의 유인책을 통해 자본시장의 자금이 선박투자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국내 선-화주의 상생방안 마련


 한진해운 파산 이전에도 국내 화물의 자국선사 이용률은 31%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계기로 정부는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선-화주 상생방안을 마련하였다. 총 4가지 주제로 14가지의 세부 방안이 제안되었으며 국가선대제도 개편, 부대비용 지원, 인증제도 마련, 보험상품 개발 등의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시행하되 상생 효과가 큰 과제부터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